목수정

Posted by hi G on 2011. 12. 6. 12:05


1.
“똑똑한 여자는 별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던 K가 말했다. 시덥지않은 연애얘기, 좋아하는 취향 얘기를 하다 어쩌다 나온 이 말이 내 귀에 몹시 거슬렸다. 내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걸 봤는지, 옆에 있던 H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 똑똑한 여자가 싫다기보다는, 똑똑한 척하는 여자가 싫은거야,” K는 선심쓰듯 말을 정정했다.
 
2.
아는 선배 부부가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원래 미국에 살고 있는데, 출산은 한국 친정집에 돌아가서 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부가 둘다 미국 시민권자라 아기가 한국에서태어나도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못나가겠네요,”하고 내가 농담을 던졌다.
“아, 근데 어차피 딸이래,” 소식을 전해주던 Y가 말했다. 나와 옆에 있던Leila가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보고 Y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3.
얼마전 우연히 목수정이라는 작가의 글을 읽게 됐다. 파리에 살며 경향신문에 한달에 두어번씩 칼럼을 기고하는데, 한국 언론에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칼럼 중 이렇게 관점이 뚜렷하고 논리가 정연한 글을 본 적이 없어서 꼭 찾아서 읽고 있다. 한국에도 이런 글을 쓰는 여자가 있구나. (아, 그래서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간건가?)
 
4.
똑똑한 여자 (혹은 똑똑한 ‘척’하는 여자), 자기 의견을 말하는 여자, 정치적 관점이있는 여자, 정치적 파워를 원하는 여자는 아직도 마녀사냥 당하기 일쑤인 한국사회. 여자다움, 남자다움의 정의가 아직도 조선시대 수준. 굳이목수정 작가같은 공인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내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여자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한국남자(그리고 여자!)들의 코멘트는 아직도 뼛속까지 가부장적이고 반사적reflexive이다.
 
5.
 
6.
사람들이 목수정에 갖는 반감은 그녀의 사상보다 스타일에 있는 것 같다.목수정의 논리가 정연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를 평하는게 아니라, ‘이 여자 드세다,피곤하다’를 가지고 따지는 것이다. 
Please, can we move on now?


7.

방학에 한국 가면 목수정의 책을 한번 사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