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일기 (3) Dear Valsalva

Posted by hi G on 2012. 5. 15. 09:19

오늘 보기로 예정되어있던 갑상선thyroid 수술은 우리 팀 어텐딩이신 닥터M의 케이스였다. Surgery rotation이 시작하기 직전 만난 1년선배 T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람만 피하라'던 닥터M. 어렵고 곤란한 질문으로 학생들의 진을 빼놓기로 유명하다는 닥터M... 피할수없는 그와의 대면은 이렇게 닥쳐왔다.
 
사실 지난주 small bowel obstruction 케이스를 맡으며 더욱 긴장했던 이유도 그 환자가 닥터M의 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닥터M은 부들부들 떨며 present하는 내게 '너는 이 환자가 처음 입원했을때부터 보지는 못했지'라며 어려운 설명을 스스로 다 해주면서 내 발표를 고맙게도 (?) 끊는 것이었다. 역시 사람은 소문만 가지고는 모르는 법...

아무튼 오늘 갑상선 케이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다. 닥터M은 늘 thyroid nodule의 진단에 대해 물어본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것만 열심히 준비해갔다. 게다가 하늘이 나를 도우시려는지, 진짜 착한 어떤 4학년 선배가 이 수술에 같이 들어오게 됐다. 그래서 닥터M의 질문 중 아는건 내가 다 대답하고 모르는 건 그 선배가 대답을 해줬다 ㅋㅋ

주먹 크기의 거대한 갑상선 종양을 제거해 내고 환부를 봉합하기 전, 닥터M이 마취과 의사에게 'Valsalva maneuver'를 부탁했다. Valsalva는 흉부내 압력을 올리는 운동을 말한다.  환자에게 Valsalva maneuver를 시키면 종양을 떼어낸 자리에 출혈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Valsalva라고 하면 보통 기침하기 직전 배에 힘을 주는 것, 또는 대변을 볼때 힘을 주는것 이 두가지 경우를 떠올린다. 그런걸 어떻게 마취상태의 환자에게서 이끌어낼수 있는지 닥터M에게 질문을 했다. 닥터M은 질문의 화살을 내게로 돌렸다.

-그래, Valsalva가 뭔지는 아니?
-흉부에 압력을 올리는 거요...
-그렇지, 그럼 너라면 그걸 어떻게 elicit 하겠니?

닥터M에게 뜻밖에 기습을 당한 나는 수줍게 대답했다...:

-저... 제가 화장실 갈때......

순간 그 무섭다던 닥터M이 빵터지셨다. 옆에 있던 선배가 더 당황해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코와 입을 막은 상태에서 숨을 내쉬면 됩니다'라고 허둥지둥 덧붙였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하고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닥터M 앞에서 나 똥싸는 얘기 한거임?


아무튼 수슬은 잘 마무리됐다. 모처럼 핌핑도 잘 받아내고,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해주는 어텐딩도 만나고, 좋은 선배도 알게되고. 이번주는 시작이 좋다. 비록 어텐딩에게 Valsalva로만 기억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