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일의 일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on 2011. 5. 22. 01:38
from Guatemala City, November 2010 


열흘 동안의 휴가를 떠나며 내가 얻고자 했더 것은 진정한 여행이었다. 2007년의 나처럼 다시는 용감해지지 못할꺼라 생각했지만, 다행히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감을 조금 되찾았다. 나는 여전히 (약간의 멀미약만 있으면..) 몇 시간동안 '치킨 버스'를 타거나, 지붕과 침대만 있는 호스텔에서 잠을 자거나, 어디서든 좋은 말동무를 찾을 수 있다. 꽤 씩씩하게. 

San Marcos 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을 여럿 봤는데, 힘겨워 보였다. 젊었을 때 많이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따.

물론, 늘상 즐기지는 못한다.
모든 상황을 즐겁게, 그리고 여유롭게 대처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3년 전 니카라과에서의 여행이 그랬듯, 어른이 되어, 그리고 혼자가 (이번엔 둘이지만) 되어 돌아간 중남미에서는 어렸을 적 나의 호기심, 의문 등을 조금 더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어렸을 때 온두라스에선 길거리를 맘껏 걸어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길거리 음식을 먹어본 기억도,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어본 기억도 거의 없다. (HK의 필리핀 생활 또한 그러할 것이라 생각된다.) 

불공평하다고, 공정치 않다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를 탓할 수는 없지만, 내가 스무살이 넘어서, "경험삼아" 이런 것들을 겪는건, 옳지 않은 세상에 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이런 생각들이 죄책감, 혹은 '화'로 느껴지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조금 더 CONSTRUCTIVE한 방법으로 감정을 채널시키는 것. 나는 이것에 능숙한 어른이 되고싶다. 동시에, 무감각해지지 않으며...


물론 이 모든걸 다 떠나 이번 여행은 즐거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날 수 있고, 돌아올 수 있는 일상이 있다는 것. 그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