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Posted by hi G on 2012. 5. 2. 12:04

환자 -- 그를 스미스라고 부르자 -- 가 순식간에 crash한다. 눈앞에 알고리듬이 적힌 노트가 있는데도, 주변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는데도, 그리고 무엇보다 스미스가 실은 고무와 플라스틱으로 된 마네킹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crash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이 기분은 정말 어쩔수 없다.

스미스를 붙잡고 묻는다. ‘스미스 씨, 스미스 씨, 제 말 들리세요?’ 

스미스는 말이 없다. 맥박도 의식도 없다.

‘코드 블루! 코드 블루!’ 

코드 팀을 기다리는 사이 흉부 압박chest compressions을 시작한다. 1, 2, 3, 4, 5, 6,… 1분에 100회의 속도로, 흉골sternum이 흉부 안쪽으로 5cm 이상 꺼지도록 깊숙히 압박을 가한다. 스스로 운동을 멈춰버린 심장으로부터 피를 계속 퍼 내기 위한 이 조치는 응급심폐소생술 중 생존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한다면 한 사람이 2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힘과 체력소모가 크다.

Defibrillator가 도착한다. EKG는 ventricular fibrillation을 나타낸다. 한시라도 빨리 전기 충격을 가해야 한다. 200J로 충전을 한다. 

‘I’m clear, you’re clear, everyone’s clear!’ 

짠- 스미스가 진짜 환자였다면 그의 몸은 쿵 소리와 함께 덜컹 솟구쳤을 것이다. 여전히 EKG는 불안하다. 흉부 압박은 계속된다. Amiodarone, epinephrine이 번갈아 투여된다. 다시 한번 shock - 

삐-삐-삐-

EKG가 규칙적인 리듬을 되찾았다. 맥박도 희미하지만 돌아왔다. 혈압은 80/40, 조금 낮다. 250cc fluid를 투여한다. O2/CO2, 12-lead EKG, cardio consult, IH까지 하면 이 코드는 무사히 넘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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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드 블루code blue를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작년 12월 pulmonary block때, 교수님을 따라 중환자실에 잠시 다녀온 적이 있다. 말기 알츠하이머에 말기 암으로 호스피스 센터에 들어갔다가 무슨 연유로인지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온 어떤 환자가 있었다. 나이도 90세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흉막에 물이 차 그걸 좀 없애보려고 시작한 thoracentesis 시술 중, 환자의 심박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1분에 80, 60, 40… 순식간에 코드가 가동됐다. 순식간에 병실에 의료진 열 몇명이 들이닥쳐 환자를 둘러쌌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흉부 압박, 전기충격, epinephrine, central line....

그때는 엉거주춤 서있는 것밖에 할수 있는게 없었다. 하지만 아마 다음번 내가 맞닥뜨리는 코드 블루에서는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해야할 것이다. 지난 며칠간, Advanced Cardiac Life Support (ACLS) 트레이닝을 받았다. 심장마비, 부정맥, 뇌졸중 등의 응급처치 프로토콜을 배우는 것인데, 3학년 로테이션이 시작하기 전 의무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실제로 코드 상황이 발생했을때 생존률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적절한 ACLS 프로토콜을 따르면 생존률이 2배 증가한다고 한다.

어느 동기가 이렇게 말했다.

"미친듯이 팔이 빠지도록 compression을 하고 내려와서 환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정말 기분 째질 것 같지 않아?"


나는 지난 2년이 몹시도 지루했다. 매일 강의만 듣고 시험만 보는 생활에 너무나도 지쳤었다. 하지만 3학년이 시작하며 심폐소생술도 배우고, 피 뽑는 법, IV 꽂는 법을 배우는 게 나는 너무 재미있다. 다음주 surgery rotation이 시작한다. Surgery가 물론 phlebotomy보다는 힘들겠지만 (^^;), 비록 클램프를 쥐고 있는게 내 일의 전부라 해도 수술실에서 진짜 환자와 진짜 의사들 사이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