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렇게

Posted by hi G on 2011. 10. 3. 11:35



Tealuxe가 문을 닫는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왔다. 집에 문을 열고 들어오니 캄캄한걸 보니 룸메이트는 아직 집에 안들어온 모양이다.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내 방으로 향했다. 불을 켜자 벽에 붙여놓은 사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제밤, 나는 옛날 사진을 몽땅 꺼내 벽에다 붙여놓았다. 그냥 갑자기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아프리카, 그리고 중국. 우두커니 선채 몇분간 사진만 바라보았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루구후(湖), 그 위에 떠있는 조각배, 그리고 나를 그곳에 대려다준 젊은 뱃사공. 밤마다 별이 쏟아지고 매일 아침 산에서 물안개가 모락모락 내려오는 아시촌, 그곳에 사는 소년 위안지에, 그리고 작별인사를 하는 나를 보고 키득거리며 와글와글 몰려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톈안문 앞에서 무거운 제복을 입고 서있는 얼굴색이 검은 어느 젊은 공안(公安). 머리속이 하얘지는 듯했다. 조금전까지 glomerular filtration rate, spironolactone's action on aldosterone 뭐 이런걸 외우고 있었는데... 살아가는 이유가 참 시시하다. 거창한 꿈 같은건 이제 우습기만 하다. 존재 자체가 참 하찮아진다. 초라한 시험 성적은 sanity의 댓가였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정신을 차리려 노력할수록 내가 여기 있다는게 insane하게 느껴진다. 결국 남들이 다 원하는 걸 갖기 위해, 평범해지기 위해 이 고생을 하는걸까. 그렇게 밋밋해져 가는걸까. 나는 내 마음속의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도 그때처럼 alive할수 있을까. 아니, 다시는 그렇게 alive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