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Posted by hi G on 2011. 5. 29. 13:14
학부 졸업식 전 한 주는 '시니어 위크'라고 해서 졸업만 남은 4학년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맘껏 즐기는 시기다.


...나한텐 시험기간이지만.


캠퍼스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에 사는 나는, 덕분에 아주 어수선한 한주를 보내야 했다. 

뭐가 그렇게 좋을까, 일주일 내내 밤새 떠들고 마시고 춤추는 아이들... 그러다가 간간이 들리는 사이렌 소리. 누군가 또 EMS에 실려갔나보군 ㅎㅎ 


어제 Campus Dance가 있었다. 솔직히 안갈 생각이었다. 딱히 볼 사람도 없고,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은 많고 (ㅋㅋㅋ난 정말 요즘 너무 안티쏘샬임). 근데 Jen이랑 저녁을 먹고나니 은근 가고싶어지는 거였다. 하지만 도어에서 티켓을 사려면 무려 $35! 가난한 의대생 처지에 말도 안되는 가격! 그래서 우리는 모처에서 담을 넘었다 (하이힐에 튜브탑 드레스를 입은채). 중고등학생때도 안넘던 담을 나이 스물넷에 넘는 그 쾌감이란, 정말 이루 말로 다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숨어들어가서 결국 클래스메잇들이랑 마주치고, 얼떨결에 루스시몬스랑 사진까지 찍었다. 한쪽엔 루스, 다른쪽엔 진앤토닉을 든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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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지도 벌써 2년이다. 모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다보니 벌써 그렇게 됐다는 걸 자꾸 까먹게 된다. 2년 전 이맘때, 난 정말 별 감흥이 없었다. 워낙 '세레모니' 혹은 '쇼' 같은 데에 푹 빠지거나 의미를 두는걸 잘 못하기도 하지만, 별로 celebrate할 것도 없었다. 학교가 너무 지긋지긋해 대학원을 1년 미루기로 결정한 상태였고, 4학년 내내 하도 쓸데없는 사람들에게 치여서 그저 혼자있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지금, 몸은 같은 곳에 있는데 참 많은게 변했다. 나는 예전에 비해 많이 무심해졌다. 요즘은 내심 속상한 일이 있어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 예전엔 안 그랬다. 속상한 기분, 우울한 기분이 몇주씩 가곤 했다. 

철이 드는 건가. 마침 주간조선에 이동훈 선배님의 (완쵼 namedropping ㅋㅋㅋ) '요즘 사춘기는 24세까지'라는 기사가 떠서 읽어봤는데, 성인은 두뇌에서 이성적 사리판단을 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란 부분이 잘 발달된 데 비해 사춘기 뇌는 만사를 편도체amygdala를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 감정적, 위협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전두엽이 판단력, 편도체가 불안 · 공포 등의 감정과 본능적 욕구를 담당하는 건 맞긴 한데, 성인이 돼야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난 brain sciences 할때 배울게 너무 많아 죽는줄 알았는데, 정작 중요한건 하나도 안 배운 건 아닌가 몰라.



아무튼 만으로 24세인 나는 그럼 드디어 사춘기·오춘기·육춘기 벗어났다는거?
(근데 어제 담 넘은 건 뭘까... 그저께 emotional breakdown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