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um non nocere"?

Posted by hi G on 2011. 5. 21. 06:53
미국 시간으로 목요일,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공화당)는 임신중절을 받는 여성이 시술 최소 24시간 전까지 초음파검사를 받을 것을 의무화시키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때 의사는 태아의 크기와 장기 발달 형태를 산모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 강간 또는 심각한 기형 등의 의료적 원인으로 임신 중절을 받는 여성들에게는 면제된다. (기사 참고)

저기...이게 인권 침해가 아니면 도대체 뭐지??
그래, 정부가 니 삶에 간섭하는 게 무조건 싫고 세금도 내기 싫고 따라서 의료보험이나 공공 교육도 다 필요없고, 총기 규제도 다 풀어버리고, 학교에 교회에 총기를 숨긴채 들어와도 되고, 기후변화로 온갖 홍수에 한파에 빙하가 녹아도 나랑 상관없고, 백만장자 억만장자 최상류층에게는 감세 해주고, 중동에 쳐들어가서 기름도 훔쳐오고 돈도 인명도 펑펑쓰고, 여기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는 전부 정부 지출을 늘리려는 민주당 책임 - 뭐 이런거임?

이 중에서도 최악은 자칭 'pro-life'라는 가면 속의 위선자들. 세금, 총기, 의료보험, 기후변화에 있어서는 정부가 개인의 일에 간섭하면 절대 안되는데, 여성의 몸과 권리, 의사와 환자 사이의 rapport에는 정부가 이렇게 뻔뻔하게 간섭해도 된다고?? 

그렇게 임신중절이 나쁘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본적 해결책을 내놔야 할 거 아냐. 근데, 성교육 시켜주고 정기검진 시켜주는 Planned Parenthood에는 지원금을 깎겠다면서, 고작 내놓은 해결책이 이거야? 아놀드한테 기립박수라도 쳐줘야 하나?

임신중절을 위해 의사를 찾아온 여성의 절박한 마음은 조금이라도 헤아려 봤을까?
그 무지막지한 상황에서 태아의 모습을 환자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의사의 마음은 생각해 봤을까?

Primum non nocere
,
First, Do No Harm.


의사에게 최우선의 원칙은 상해를 가하지 않는 것. Doctoring 수업 마지막날 산부인과 의사이신 내 멘토가 내게 해준 말씀.
근데, 환자를 치유하고 도와야 하는 의사한테, 이딴식의 정신적 상해를 가하라고 의무화시키는 법이 어딨어.

이게 도대체 무슨 심리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가 안가 -_- 
와 진짜, 말세다. 이러니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리가 나오는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