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on 2012. 12. 4. 21:39
상대측 변호사는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이민 단속국 측 변호사다.
이미 모든 것을 다 빼앗긴 내 클라이언트를 벌거벗겨 내쫓으려 하는 상대측 변호사는, 소문에 의하면 자신의 "win rate"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는 젊은 남자 공무원이다. 

저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해까진 아니지만 탓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브리프는 읽을 때마다 속이 메스껍다. 몸이 반응할 정도로 repulsive하다.

성폭행과 살인은 '고문'이 맞다는 걸 증명하라니.
동성연애자가 "the most homophobic country on earth" 라고 불리우는 나라로 추방당했을 경우 고문을 당할 가능성이 51% 이상이라는걸 통계적으로 증명하라니... (어떤 변호사가 말했다 - 이걸 통계적으로 증명하는건, 홀로코스트 시대에 독일에 살았던 유태인들도 불가능했을거라고.)

불법체류자도, 흉악범도 아닌 내 클라이언트를 추방시켜야만 그들의 'homeland'가 안전해질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것일까.

저 사람들은 이 일을 하며 무엇을 얻을까.
낮에 이런 일을 하면 밤에 잠이 오긴 하는걸까.

Dear Luna-

Posted by hi G on 2012. 11. 27. 11:56



와-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실린 엽서라니, 너무 낭만적인걸! 난 2004년에 피렌체로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갔었어. 밤에 친구들과 두오모 근처의 어느 한적한 골목에 있는 펍에 갔는데, 당시에는 술도 마실줄 몰라서 오렌지 주스를 시켰던 기억이 나네.

큰 뜻을 품고 큰 위험을 감수하고 큰 세상에 나가있는 너를 보며 나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된다.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혈압을 재고 피검사 소변검사를 판독하고 약 처방을 써내려가는 와중에 예전의 낭만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또 나름대로 (네 표현을 빌리자면) '현실을 좀 유보하고 수련하는’ 과정에서 얻는 희열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됐어. 병의 원인과 증상이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 책으로만 접했던 희귀한 병리를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할 때의 흥분, 환자가 치료에 잘 반응할 때 느끼는 보람... 피천득 시인이 과학자 딸에게 ‘차고 맑은 기쁨’이라고 표현한 그것이 아닌가 싶어. 이렇게 차근차근 수련하며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거라는 희망도 다소 건조한 일상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돼.

힘든 일을 하다보면 burnout이 으레 오기 마련인데, 너는 건강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고 있는거야? 피렌체에서 푹 쉬고 좋은거 많이 보고 맛난거 많이 먹고 오길. 

나도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음. 그때까지 건강하길... ^^

From Providence with Love,

Hi G